여기서 IBM은 아랍 사람들을 단적으로 표현할 때 쓰이는 말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컴퓨터 회사 IBM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다. IBM은 아랍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의 첫 자를 딴 것으로 I는 인샬라(Inshalla, 하나님의 뜻이라면), B는 부크라(Bukra, 내일), M은 말리쉬(Ma‘lish, 괜찮습니다)이다.
처음 아랍인과 교제를 하는 외국인들이 낭패를 당하는 말들이 이 IBM이다.
"수출 대금을 내일은 받을 수 있겠습니까?"

"네, 반드시 갚겠습니다. 인샬라!"
위의 예에서 내일은 커녕 몇 달이 지나도 돈을 못 받는 경우를 당하면 외국인들은 아랍인들이 '인샬라!'만 붙이면 질색을 하게 된다. 아랍인들이 말끝마다 붙이는 ‘인샬라’는 긍정과 부정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 시 긍정으로 일단 해석된다. 그러나 결과가 여의치 않았을 경우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'알라의 뜻이다'라는 의미로 말하는 것이다.
‘부크라’는 ‘내일’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. 그러나 이 때의 ‘내일’은 오늘의 다음날로서의 ‘내일’이 아니라 오늘 이후의 모든 날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. 즉, ‘부크라’는 24시간 후의 내일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어 아랍인들의 시간 개념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.
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거절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. "이 일이 언제 끝납니까?"라는 질문에 '부크라'라는 대답을 듣는 외국인은 내일 일이 끝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. '말리쉬’는 상황이나 말하는 억양에 따라 ‘괜찮습니다, 미안합니다, 별 도리가 없다’ 등의 뜻을 가진 말로 약속을 어겼거나 남에게 잘못했을 때 아랍인들이 쓰는 변명과 사과의 말이다.
이 IBM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이 인간의 뜻에 따라 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뜻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아랍인들의 종교색 짙은 인생관이 잘 드러나는 표현인 것이다.